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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그체

메이플 이제 안녕

*레*인보우*진*
이 글은 인벤에서는 작성 7일 후에 내립니다.
#93 2012. 01. 02
retrospect
#1

*프롤로그*
1월을 끝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많은 분의 요청이 있어서 어느정도 정리글을 몇십 개 더 써보려고 합니다. 원래 104부작으로 꾸며졌고 티저까지 나갔으나 그럴 여력이 있을지는 모르겠구요. 연재는 2주에서 3주에 한번씩 규칙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해볼 것입니다. 제가 시간 여건상 글쓰고 여러번 검토를 하고 프레임을 가다듬는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이 매우(!) 두서없을 수 있는데 크게 논리를 요하는 글이 될 것 같지 않아 별반 지장 없을 겁니다. 저도 이런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안 쓰는것보다 낫잖습니까.
 

이 글의 주제는 제목에서 이야기했듯이 주로 회상글입니다. 왜 옛날 메이플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꺼내고 이게 굳이 이야기되어야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것으로 생각되지만야. 그렇다면 답변 드릴 수 있는게 이거 딱 하나입니다.이제 제 글의 타겟은 메이플스토리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이플스토리를 오래 플레이해온 유저로서 단언컨대 게임으로서의 메이플스토리의 수명은 끝났습니다. 이제 어떻게 수익을 최대한으로 빼먹고 메이플2로 세대교체시키냐가 넥슨의 최대 관심사죠. 그리고 단기적으로 메이플1만 바라보더라도 저보다 정보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 많습니다. 제가 패치뉴스를 씁니까, 테스피아 계정이 있습니까? 뭐 제가 지동원씨처럼 로스타임에 골을 넣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전 지금은 생생한 라이브 현장에서 뛰지 않고 있으니까요.

 
 
Retrospect
글에 영어를 사용한다고 욕을 꽤 먹었는데 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어 인용문을 가져오면 해석해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해석을 하면 여러가지 잃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타겟이 어느정도 교양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생각해 보니까 이게 정말 오만한 생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교양있는 사람의 자격 요건에 영어를 그렇게 알아야 한다 ㅡ 라는 게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영어가 한국어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그래서 필요한 경우라면 해석을 주는 것으로 하구요.
 


라고 하면서도 결국은 이 글 제목이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영어가 한국어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정작 자신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키포인트라죠. 그것들이 사회의 안타까운 한 단면입니다만.. 이 작명 이유는요. 어디에서 따왔습니다. 뭐 사실 모든 게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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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
어떠한 나라든지 교육과정에 국사가 있습니다. 국사 정말 따분합니다. 노비안건법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내가 왜 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게다가 서울대학교 때문에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도 50점이 나오길 빌어야 하는 수능 골치거리 과목이 되었죠. 수학은 콩나물 값 계산에라도 쓰이지 이건 정말 도무지 쓸모 없는 과목인 것 같지 않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답은 여러분이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고등학교까지의 국사를 모두 배운 사람이면서 역사학과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세요. 노비안건법이 어느 시대에 나왔죠? 어떤 왕이 시행했죠? 왜 시행했죠? 라고 물어보면 아마 그런거 모른다면서 함께 보너스로 슈퍼 울트라 그레이트 빅 엿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아마 대부분은 고려시대 일인지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서 국사 공부할 때를 상상해 보십시오. 국사 공부로 이 법이 왜 시행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맥락으로 인해 얻은 교훈들, 이들의 주어진 상황에 대한 대처력이나 지략들을 배우게 되었고 그것들은 비록 광종이 이 제도를 시행했다는 것이 잊혀졌을지 몰라도 은연중에 머릿속에 잔존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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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이야기*
노비 안건법의 명분은 신라시대에 양민이었던 이들을 국가적으로 해방시킨다는 것이었구요. 그런데 그건 명분일 뿐이고 실제로 의도했던 건 왕권을 강화시키고 귀족을 누르는 것입니다.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어떤 명분을 가지고 처리하니 귀족이 어떻게 할 수 없었겠지요. 지략이 대단하지 않나요?

 
메이플스토리에서도 같아요. 빅뱅 패치와 이후 밸런스 조정이라면서 이리저리 계속되었던 패치들, 명분은 밸런스 조정과 상향. 불편함 해소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의도가 진짜 그거였나요? 메이플 개발팀의 숨겨진 의도들을 잡아내는 데 결국 이러한 국사 공부가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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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
본격적으로 몇가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왜 온라인 게임들이 레벨올 올리는 데 필요한 어떤 수치를 경험치라고 부르죠? 다르게 부르면 안되나요? 물론 찾아보면 유래가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어느 게임이든 거의 통시적으로도 변함없이 이를 경험치라고 지칭하는 걸로 보아 나름의 공통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결국은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입니다. 인생에 대해서는 세상 어디에도 교과서가 없습니다. 단지 책이 있고, 사람이 있고, 이야기가 있을 뿐이지요. 게임 만드는 사람들도 알 것입니다. 나중에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메이플스토리는 정말 잘 만든 게임입니다. 아래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 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정말로 뭔가 깨어 있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경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얻어가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분명히 시작할 땐 친구창이 텅 텅 비었는데 어느 새 몽롱할배에게 메소를 주면서 친구목록 늘린 적 없으세요? 파티하면서 나가고 싶은거 꾹으면서 경험치 보너스에 눈이 멀어(?) 사냥도 해보고. 파티퀘스트 하다가 발판 올라가는 단계에서 파티원 한명이 강종해서 다같이 눈물을 흘리며 파퀘 포기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간신히 클리어하고 나서 희열과 함께 1분간 열심히 상자를 부셔서 나오는 포션들을 먹기도 했죠. 지금 보면 추억이구요. 기억이구요. 또 경험입니다. 이겁니다. 이걸 얻어가는 겁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전체이용가 게임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험도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것이 되겠죠? 그런데, 게임 말고 다른 곳에서 이런 경험을 얻을 수 있나요? 글쎄요. 쉽지 않을걸요. 누구나 장벽 없이 이런 다양한 일들을 해낼 수 있다는 건 정말 파격적인 일이고 그만큼 좋은 경험입니다. 또 더 중요한 건 게임에서 얻은 경험들이 게임에만 쓰이는게 아니라 게임을 벗어나서라도 언제 어디에서나 쓰이게 된다는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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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슨의 상상력 1*
예전에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고, 동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나오면서 결국 '넥슨의 상상력~ DO! NEXON' 으로 끝나는 광고가 있었죠. 미래를 내다봤다면 넥 이라는 글자는 좀 교체했어야 했습니다. 응?
 

돈과 관련된 뭔가에 대해서는 엄청난 지략을 발휘하는게 넥슨입니다. 때로는 돈에 게임을 포기할 줄도 알구요. 이 돈슨의 상상력은 메이플스토리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메이플스토리를 플레이함으로서 얻어갈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경험이라고 위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초기 메이플스토리는 이를 상당히 잘 살렸습니다. 기획을 잘 한거죠. 게임은 사회보다 훨씬 진보적이고, 개혁적이고, 이상적인 사회상에 더 가까운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 메이플스토리는 그 사회상을 구현하려고 매우 심혈을 기울인 게임이었구요.
 

올비파퀘나 루디파퀘를 해보신 분들은 기억이 생생히 나시겠지만 법사자리, 도적자리같은게 정해져 있어서 그 사람들이 없으면 클리어하기가 곤란했습니다. 전체가 힘들어지는거죠. 왜 굳이 이런 장치를 해놨을까요? 귀찮게 말이에요. 답은 간단합니다. 파티퀘스트니까요! 파티퀘스트로 협동 안하고 싶으면 가서 혼자 솔플하거나 꼭 파티'퀘스트'를 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요. 제도적 장치로 솔플보다 파티퀘스트가 타 컨텐츠에 비해서 경험치나 보상 면에서 이득이 있도록 만든 것은 말이죠. 사람들에게 자신 혼자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의 중요성, 또 당장은 몬스터 잡는데 몇 초 손해볼 지 모르나 결국 다양한 구성원의 조화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들을 많은 사람에게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결국 게임을 만드는 분은 이 게임 컨텐츠로 사회 구성원의 잠재의식을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실제로 메이플은 히트를 치면서 이들을 바꾸었구요. 남을 배려할 수 있고,다양한 구성원들을 포용하고, 또 그 다양성으로부터 공동의 이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 말이죠. 정말 그래서 메이플을 잘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어디에서 사람들에게 백날 이야기해도 체화는 커녕 듣지도 않는데 이 게임은 이미 습관까지 만들어 준 겁니다.
 

또 메이플스토리는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주문서같은 도박성도 일부 있었습니다만 60% 주문서같은건 양념이지 도박이 아니죠. 그냥 잘 발리면 좋은 것이고, 못 발리면 에잇. 이라고 하는 정도죠. 실패한다고 무기를 다시 만들거나 득템하거나 자유시장에서 사서 다시 지를건 아니잖아요. 지금같이 프로텍트 쉴드를 바르고 세이프티 쉴드도 바르고 이노센트 스크롤인지 뭔지 쓰는게 아니었던 거죠.
 
 


돈슨의 상상력 2
그런데 여러가지 패치를 시발점으로 이런 경험들은 상당부분이 짓밟히고, 훼손되고 말았습니다. 돈만 투자하면 모든 걸 얻을 수 있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 이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회상은 아닙니다.
 

인생에서 처음 태어날 때 목표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듯이 메이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차츰 그런게 만들어지는 것이죠. 저에게는요. 레벨업은 주되면서도 부수적인 것이었습니다. 모두에게 그렇지요. 레벨업만 바라보고 열심히 사냥하면 노란색 막대기가 올라가나요? 메이플 월드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NPC가 말하는 것들도 들어보고, 또 그들이 부탁하는 퀘스트를 해결하고, 또 그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것들이 결국 소소한 행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끔은 인내의 숲에서 바나나 맞고 맨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도 해보고 말이죠.
 

물론, 어느 누군가는 장대한 만렙 찍기를 목표로 잡을수도 있겠고, 또 실제로 달성한 사람도 있었지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도 만렙을 찍지 못한 유저로서, 제가 메이플스토리에서 얻은 행복감들, 경험이 결코 만렙을 달성한 사람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메이플스토리는 어떤가요? 퍼템을 안 맞추니 몬스터파크도 안 껴주고. 보스도 데미지가 안 되니까 못 뛰고. 그렇게 고생해서 200 찍어봤자 퍼템 조금 맞춘 레벨 140에게 제대로 밀리고. 이게 지금 현실입니다. 노력이 배신되도록 만드는 게 제일 나쁜 거에요. 근데 이 풍조를 돈 때문에 조성하고 말았어요. 유저가 잘못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아, 하나 있네요. 애초에 약관에 동의하고 게임 플레이한거. 정말 유저는 무고합니다.
 

메이플스토리는 넥슨의 소유물이므로 뭐 이런 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면서도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뒷치기식은 약관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상술이고 판단능력을 흐릿하게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그러니까 사람 속이는 사기극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나중에 자세하게 이야기하도록 하구요. 다시 생각해 봤을 때
 

더이상 메이플스토리는 현실의 안식처로서, 자기 이상을 실현할 수도 있고, 때론 행복도 느끼고, 제 2의 자아를 만들 수 있는게, 그리고 이 모든걸 남녀노소가 한데 어울려 아무런 거리감 없이 할 수 있던 지구에서 유일한 장소로서의 역할이라기 보다 이제는 그냥 넥슨의 돈잔치라는 의미가 더 커졌어요.

 
생각해보면 개편한 파티퀘스트에 저런 장치가 있나요? 불편하다고 없앴습니다. 파티퀘스트 하는 이유는 경험치 얻기 위해. 일부는 템 얻기 위해서죠. 예전에는 인내의 숲에 자원 도전해서 떨어지면 허허 거리던 사람들이 이제는 탈출에서 떨어지니까 짜증을 냅니다. 결국 편하게 만들어 준 것이 게임에 각박함을 주는 게 될 수 있다는 걸 현 기획자는 알까요 모를까요? 물론 레벨 올리기에야 좋죠. 근데 그 각박한 사이버 세상에서의 레벨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데이터베이스 속 데이터일 뿐이지.
 
 



결국은 그래요. 수익, 돈때문에 이렇게 되었어요. 넥슨이 돈 더 먹겠다고 이렇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유저가 약관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동의했으니까. 무기에 애써 60% 5장 붙여놨더니 잠재능력이니 뭐니 도입하고, 애써 3차했더니 빅뱅 패치 하고. 기존 유저가 쌓아놓은 것들은 그냥 개나 가져다 줍니다. 정말 나쁜 게임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원동력이요? 속임수들이죠. 물론 좋게 말하면 전략이구요. 사실 이러면서도 붕괴 안하고 있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럼에도 붕괴 안하고 있는 이유는 게임을 정말 잘 만들어 놨기 때문이죠. 마치 젠가 게임에서 튼튼하게 만든 탑은 많이 빼도 어느정도까지는 안 무너지듯이.(물론 잘못 빼면 한방에 훅 간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ps. 신해철의 FM 음악도시*
이 라디오를 아신다면 나이 꽤나 드신 분이시겠죠? 여하튼 저도 음악도시 들으면서 자란 사람입니다. 나이가 걸려 있는 문제라 즐겨 들었던 DJ가 누군지는 공개하지 않겠지만요. 신해철씨가 FM 음악도시 DJ를 유희열씨에게 넘겨 주면서 한 말이 있습니다. 읽어보세요. 물론 추억이 있는 사람에게는 여러가지가 떠오르는 이야기들이겠죠. 유희열씨가 진행할때 들은 사람들도 FM음악도시하면 생각나는 게 있을 겁니다. 말이에요. 아, 유희열씨 마지막엔 꽤 울먹였는데. 라천에선 담담하더라구요. 변했어. 결혼하고 나더니! -_- 쳇.. 생각해 보면요. 유희열씨가 음도 진행할때만 해도 12시 자정 라디오가 4부였는데 지금은 2부에요. 그러니까 광고가 줄었다는 것이고 청취자가 줄었단 것이죠. 라디오도 이제(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슬슬 밀려나는거죠.. 라디오라는 매체 고유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희망사항일 뿐.. 4부 오프닝 기억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 손!제가 음악도시에서 여러분들께 보내드리는 마지막 편지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음악도시의 시민들이었습니다. 매일 밤 12시에 이 도시에 모이는 우리들은 사실 외형적인 공통점은 그다지 없습니다. 직업, 뭐 거주지역, 성별, 주위환경 이런 게 다 틀려요. 그냥 우리 공통점은 단 하나, 우리가 글쎄 제가 생각했을때는 아직 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남들이 우리를 푼수라고 부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는 거죠.

 
저는 '왜 사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 싶어서, 사춘기적인 우쭐함. 지금 생각했을 때는 그런데요. 그런 걸로 철학과를 건방지게 진학을 했었고. 근데 한문에는 재주도 없었고, 가보니까 그런 게 아니었고, 그래서 왜 사는가 라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포기하고 그냥 잊고 사는 게 훨씬 더 편하다는 걸 그런 거만 배웠습니다.

아 그리고 음악도시를 그만 두는 이 시점에 와서야 그 질문에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자신있게 이제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 대답은 우리는 왜 사는가하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뭐 자아실현 이런 거창한 얘기 말고 그냥 단순무지무식하게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찾고 있는 그 행복은 남들이 '우와-' 하고 바라보는 그런 빛나는 장미 한 송이가 딱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수북하게 모여있는 안개꽃다발 같아서 우리 생활 주변에 여기저기 숨어있는 꽃 한 송이 한 송이를 소중하게 관찰하고 주워서 모아서 꽃다발을 만들었을때야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음악도시에서 나눈 얘기들은 정치 경제 토론도 아니었구요. 그냥 가족, 학교, 꿈, 인생얘기 였고 인류애나 박애정신 그런게 아니라요, 부모, 형제, 친구들, 시련, 첫사랑 이런 얘기였지 않습니까? 이 하나하나가 작은 그 안개꽃송이 였던거고,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행복인거죠. 우리는 은연중에 그런 것들을 무시하도록 교육을 받고요, 더 나가서 세뇌를 받고, 자꾸만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비교를 하려고 그럽니다. 근데 자꾸 비교를 하면서 살면 결국 종착역도 안식도 평화도 없는 끝없는 피곤한 여행이 될 뿐이구요. 인생살이는 지옥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생이 여행이라고 치면은 그 여행의 목적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창밖도 좀 보고 옆 사람하고 즐거운 얘기도 나누고 과정이라는 거 그걸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요.
 

많은 사람들 이름하고 목소리들이 지금 떠오릅니다.우리 꿈 많은 백수.백조들 제가 얼마나 백수들을 사랑하는 지 또 왕청승 우리 싱글들, 발랑까진 고딩들, 자식들보다 한 술 더 뜨던 그 멋쟁이 푼수 부모님들, 또 여자친구의 완벽한 노예다- 라고 자랑하던 귀난 자식들, 그리고 속으로는 속마음은 완전히 학생들하고 한 패인 선생님들.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 또 청춘이 괴로운 군발이, 음악도시가 자리를 잡고 나니까 신해철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화젯거리가 되었구요. 여러분들이 나의 프라이드고 자랑이구 그랬어요.
 

자. 이 도시에서 우리는 '혹시 혹시 남들도 나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조금 있지 않을까?' 라고 조마조마해하던 것들은 사실로 확인했잖습니까? 이 도시에서 현재 우리 국가하고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 있죠? 인생은 경쟁이다. 남을 밟고 기어올라가라. 반칙을 써서라도 이기면은 딴 놈들은 멀거니 쳐다볼 수밖에 없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반납해라. 인생은 잘나가는게 장땡이고, 자기가 만족한 정도보다는 남들이 부러워해야 성공이다. 이런 논리들이요. 우리들은 분명히 그걸 거절했었습니다.
 

이곳은 우리들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구요. 현실적으로는 아무 힘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랑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걸 확인한 이상 경쟁 지배 이런게 아니라 남들에 대한 배려, 우리 자신에 대한 자신감, 이런 걸로 가득한 도시가 현실로 나타날 거라고 믿어요.
 

잘 나서, 돈이 많아서, 권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된다는거.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대통령도 재벌도 우리랑 비교할 필요가 없을거구요. 여러분들이 그 안개꽃 다발 행복을 들고 있는 이상 누구도 여러분들을 패배자라고 부르지 못할 겁니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승리자고, 챔피언일 거거든요.
 

(중략)

 
어.. 시간이 흘러도 우리 주위에는 쉽게 잊혀지는 것도 있지만 가슴 속에 각자 가지고 가는 것도 있겠구요. 여러분들하고 함께 했던 시간은 제 삶에서 오래오래 가지고 갈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보면은 최소한 꾸며야 된다라는 거, 가식을 조금은 부려야한다는 걸 배운 내게는 모모 했었구요. 사람들하고 가식 없이 만날 수 있었던 시간 제 인생에서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과 함꼐 했던 시간들이 바로 그런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들구요. 저의 객기, 무모함, 건방짐, 기타 등등 예.. 그런 것들을 모두 사랑해주신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립니다. 자 이렇게 해서 신해철의 FM음악도시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내일은 유희열씨가 여러분들과 함께 하게 될꺼구요. 분명히 여러분들이 사랑하실만할 그런 분입니다. 내일부터는 유희열씨와 함께 하십시오. 그간 감사했습니다.
 

.......... 1997년 9월 30일 <신해철의 FM음악도시> 중에서

 
우리는요. 바뀐 메이플스토리를 하면서 은연중에 세뇌를 받았습니다.

 
퍼템이 없으니까 <네트의 피라미드>할때부터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고, 이후엔 스공 물어보고 파티에 껴주지도 않습니다. 결국 그렇게 압박을 받다 보니까 퍼템을 맞추고, 그러다 보니까 정 반대의 위치에 서게 되고. 그러면 사람 마인드가 180도 달라지죠. 다른 사람에게 되묻기 시작하는 겁니다. 님 스공이 얼마에요? 퍼템은 맞추셨어요? 님은 왜 퍼템 안 맞추세요? 무기 별 몇개까지 붙여놓으셨는데요? 레전드리 마큐 몇개만에 띄우셨어요?
 
 

하지만 이런 우리들은요. 있잖아요. 예전에는 남들에 대한 배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소신과 자신감이 가득한 게임의 한 구성원이 아니었나요?



 
 
이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주제는요. 메이플스토리의 예전 시스템이 어떠한 구조로, 어떤 의도로 설계되었는지, 또 이게 어떠한 파급효과를 내는지. 또 넥슨이 이를 돈, 수익이라는 가치때문에 어떻게 변형시켜 나가는지. 또 이제 '게임'으로서의 수명이 다한 이 게임에서 어떠한 교훈을 얻어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여러가지에 대해서입니다.

 
결국 앞에서 국사 이야기를 한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글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대면 남녀노소가 알 정도로 히트한 게임이, 한때 직면했던 상황들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하여, 또 그렇게 대처했던 것이 어떤 결과를 야기했고 더 좋은 대처방법은 없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이를 통해서 더 좋은 게임이 언젠간 만들어지겠죠.
물론 게시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 봤는데 이 사람들이 안해주니까. 뭐 어쩌겠어요. 글 쓰는게 다행이지. 모 팬사이트에서처럼 안짤리고 있는게 어딥니까? 여하튼 여러분은 이런 글 쓰지 마세요. 여러가지로 고달픕니다. 차라리 하려면 전문기자를 하시든가. 나 메이플 플레이 경력 10년차입니다. 다른 게임도 했고 한 게임만 파본 경험도 풍부합니다. 분석력이 짱이에요. 여기 기사 90개 넘게 쓴거 있다. 어때요? 라면서 입사지원서라도 하나 넣으세요. 저처럼 글쓰는데 들인 시간 포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글 조사하고 작성하는데 필요한 노트북의 전원을 충전하는데 들어가는 전기료 손익분기점까지 함락당하지 마시구요.
"old record is never die"
"#1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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